어제 힐링 캠프에서 배우 이강우가 나왔다. 가장 기살리기 프로젝트 방송이라 재미가 없었지만, 그가 한 예기중 육아 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사람보다 짧은 생애 때문에 짧은 강아지 시기의 일상을 보존하는게 의미가 있을것 같아서 블로그에 담기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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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김강우 한혜진 가족을 보다가 지쳐서 토르를 데리고 나왔다. 밤 12시 30분 조금 넘겼을까, 이 시간에는 자전거 산책로에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 앞뒤로 사람이 다니지 않는지 확인하고 목줄을 풀어주고 산책을 시킨다. 사실, 늦은 시간에 목줄을 풀어주고 산책을 시작한건 얼마 되지 않는다. 토르가 개울에 뛰어 들거나 사람에게 달려들까봐 걱정되고 (그렇다고 물지는 않는다. 골든리트리버 견주들은 공감 할 것이다) 목줄을 묶고 사람들 사이를 다니는게 사회화 훈련의 중요한 부분 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 늦은 시간에 집사람과 같이 산책을 나갔는데 집사람이 용감하게도 목줄을 풀었다. 그때도 이맘때라 사람이 다니지 않지만 돌발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상당히 당황했었는데 예상 외로 토르는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자유롭게 우리를 쫓아 오고 있었다. 목줄을 할 때는 나무 밑둥에 냄새를 맡느라 잡아 당겨도 버티던 녀석이 목줄이 풀리니까 "가자" 한 마디에 냄새를 맡다 말고 우리에게 달려 왔다. 이후로는 늦은 시간에 주민들이 잘 다니지 않는 자전거 산책로를 택해서 다니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니까 똥이 마려웠는지 가로등 밑에서 응가를 하는 동안 나는 주위를 둘러봤는데, 산책로 멀리서 골든 리트리버를 산책시키는 남성을 발견했다. 크기는 우리 토르 만했다. 혹시나 싸움이 벌어질까봐 (전에 사모예드를 산책시키러 나온 아가씨가 토르를 이쁘다고 만지다가 토르가 사모예드에게 물릴뻔 했다. 인터넷에 읽은 대로 사모예드는 질투가 강한 개 인것 같다) 얼른 목줄을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붙임성이 넘치는 복실한 예쁜 골든리트리버(1년 7개월 암컷) 였다. 견주 성격이 좋아 보였고 다행히 서로 경계 안하고 놀고 싶어 하는것 같아서 목줄을 풀러줬다. 대형견 키우는 사람들은 도심 산책길에 다른 대형견을 만나기가 힘든 일이라 특별한 예기 없어도 상대편도 알아서 줄을 풀러 줬다.


이때까지 토르는 같은 크기의 같은 종의 개와 놀아본적이 없다. 여름 내내 자랐던 강원도 시골집 인근에 키우는 진도개는 비슷한 체구지만 평생 묶여 있어서 그런지 너무 사나워서 토르가 가까이 가질 못했고, 조금만 크면 개를 잡아먹는 그 아래 집의 강아지는 너무 작아서 토르의 장난을 받아 주기 역부족이었다. (전에 시골에 내려갈때 보니 그 강아지가 없었다. 주인 할아버지가 먹던 밥 찌끄러기 한그릇으로는 올 겨울 지독한 추위를 견디기에 버거웠던 같다..) 결국 강원도 에서도 앞마당에 고양이랑 같이 지내게 되었다. 고양이 예기는 다른 포스트에 하겠지만, 영리하고 성질 있는 놈이라 과격하게 들이대는 토르 오른쪽 눈을 긁어서 상처가 난적이 있다. 다행히도 안구는 다치지 않았고 지금은 상처가 다 아물어서 사라지는 중이다. 고양이는 개의 친구가 될 수 없어서 항상 걱정이었는데 오늘 그 소원을 풀었다. ㅎㅎ


두마리 개는 신나게 뛰어 다니고 있고, 나는 상대편 견주랑 나란히 걸어 가면서 짧지만 이런저런 예기를 했었다. (아침 햇살을 받고 있었 다면 영화의 한장면 이었을 것 같다) 상대편 견주는 내 나이 또래의 남성이었고 대형견(골든리터리버, 사모예드, 불독) 3마리를 키우는 사람이었다. 주방 일을 한다고 했는데 키우는 개들 때문에 산책로가 인접한 이 동네를 택했다고 했다.

산책로 중간에 제법 넓은 잔디밭이 있는데, 우리는 여기에 서서 개들이 마음껏 땅을 밟고 놀도록 했다. 나와 집사람은 토르가 계단을 무척 빠르게 뛰어 올라가서 다리가 튼튼하다고 여겼었는데 오늘 만난 녀석은 거의 적토마 급이였다. 토르가 지쳐서 딴청을 피우는건 처음이었다. 뭘 먹이냐고 물어봤는데, 직업이 요리사라서 조리하고 남은 생닭을 뼈만 발라서 준다고 했다. 

집에 가서 동영상 찍은거 보여주고 토르가 약하다고 예기하니까 집사람이 다음날 만원에 닭 3마리를 사와서 삶아서 살만 발라서 주기 시작했다. 역시 대한민국 엄마의 전투력은 전세계에서 최고인것 같다. ㅎㅎ

아직 설사병 이나 피부병 한번도 앓지 않아서 고맙지만, 앞으로 고기 잘 먹고 다리가 길게 자라서 길에서 만난 리트리버보다 잘 뛰었으면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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