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따뜻해져서 산책로에 사람이 늘어났다. 대형견 산책시키는데 신경이 많이 쓰이기도 하고, 어쩌다가 대형견을 만나더라도 줄에 묶인 상태로 힘들게 놀다가 헤어지는게 싫어서 거리가 좀 되더라도 근처의 애견까페로 가기로 했다.

애견까페에는 주인 소유의 1살된 사모예드가 한마리가 있다. 지난번에는 나와 토르 모두 애견까페가 처음이라 정신 없어서 잘 몰랐는데, 이번에는 여유가 있어서 사모예드를 관심있게 볼 수 있었다.

오늘은 유난히도 토르를 물려고 해서 토르가 피하느라고 힘들어 했다. 좀 그러다가 말겠지 했는데,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저지를 했다. 그러자 이 녀석이 내 손을 바로 물기시작했다. 손을 빼니 이번엔 옷을 물기 시작했다. 토르 대신에 나를 타겟으로 삼았는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무는 힘이 점점 세지는 것 같아서 입 안에서 주먹을 강하게 쥐고 입 속에 밀어넣었다.

소형견이나 아직 어린 애견의 경우엔 성인 남성이 주먹을 쥐면 입이 과도하게 벌어져서 불편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놓게 된다. 경험상 소리를 지르면서 손을 빼는 행동은 애견을 자극하는 행동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 행동을 취하면서 강한 태도를 보이면 손을 무는 행동을 자제 하게 된다. (이것은 경험에서 나온 방법이라 정답은 아니니 따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신중을 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줌마나 애들처럼 호들갑을 떨고 주인에게 항의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서 (당시 애견까페에는 성인 남성은 나 밖에 없었다ㅠㅠ) 강한 태도를 보였더니 더이상 손을 물지 않았다. 대신 테이블 다리를 씹기 시작했다. 테이블 다리를 봤는데, 다리 4개 모두가 심하게 뜯긴 상태였다.
이갈이 시기는 지났으니 간지럽진 않을테고, 사람을 집요하게 물어대는 모습도 일반적인 사모예드 다운 행동은 아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다. 편하게 쉴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하루종일 모르는 사람들과 강아지가 끊임없이 드나들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것이 원인인것 같다. 주인은 다른 가게가 있는지 계속 들락달락 거리거나 음료수 주문을 받느라 카운터에 있으니 이 녀석은 어디 하소연할 데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개가 좋아서 애견카페를 하는 것인지, 아님 옆의 동물병원과 애견미용실 과 연계해서 장사가 될 것 같아서 차린건지 잘 모르겠으나, 자기 개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거나 정해진 시간에만 있도록 배려하는게 맞지 않을까? 애견카페를 위한 전시상품 으로서 하루종일 카페 바닥에 방치된 것이 너무 안스러워서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간식을 꺼내서 눈을 맞추고 놀아주기 시작했다. 까페에서 대변을 많이 보면 안되니까 식사량을 제한하는지 급하게 달려드는 모습이 왠지 짠했다. 한참을 놀아주니까 기분이 풀어졌는지 표정이 너무 밝아졌고, 그제서야 나 뿐만 아니라 토르를 공격하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맞았다.
좀더 놀아주고 싶었지만, 케이크를 보고 눈이 뒤집어진 토르 땜에 급하게 나왔다. 사실 토르도 답답하고 힘들어 하는 눈치였다.

이 사모예드는 모든 사람들 옆에 다가가는데 주저 하지 않고 대부분 사람들은 등을 스다듬는다. 그런데 등만 스다듬을뿐 눈을 맞추진 않는다. 크다고 겁을 내는건지, 손을 핧을까봐 그런건지.. 아니면 봉제인형 취급하는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교감은 전혀 없다. 토르 역시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 살아있는 생명들과 교감하지 않을 바엔 애견 까페엔 왜 오는걸까? 눈이 즐겁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자동차가 아니라 비키니를 걸친 레이싱 모델을 보기 위해 붐비는 자동차쇼와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쉬지도 못하고 힘들어 하는 어린 사모예드와 두려움에 쉬지 않고 짖어 대는 소형견은 소중하게 끼고 있으면서 교감을 바라며 다가오는 대형견은 무서워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은 별로 땡기기 않는다. 토르 역시 강원도 집의 비닐하우스 옆 배수로에서 뒹구는 것이 더 즐거운것 같다. 수고스럽게 찾아간 애견까페에서 별로 좋은 경험을 못했다. 다시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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